Adenman
아덴만은 14년 차 스케이터다. 디지털 미디어 디자인을 전공했고, 졸업 후 바텐더, 상업 사진 및 영상 촬영, VJ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2022년 돌연 경로를 이탈해 스케이트 클립 시사회 《intersection!》을 열었고, 현재는 롸카두들 소속 필르머로 일하며 자기만의 길을 걷는 중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요? ‘자유롭게 표현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지키는 것’.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건강한 몸을 만든다고 믿어요. 행복하려면 무엇보다 좋아하는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건 ‘스케이트보드'일까요?
그렇죠. 최종적으로 ‘스케이트보드'를 기반으로 하는 ‘아트 디렉터'가 되고 싶어요. 스케이터들이 좀 괴짜거든요. 좋아하는 거에 대해 엄청 깊게 파고 들어요. 음악, 패션, 사진, 그리고 웃긴 것들...에 대한 저만의 아카이브가 있어요.
사적인 시간이 궁금해요. 어떤 취미를 즐기나요?
다양해요. 특히 스케이트보드를 타거나 패션 매거진 보는 걸 좋아해요.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보기도 하고요. 뮤직비디오, 영화, 보드 영상 가리지 않고 다 찾아봐요. 다른 사람들의 창작물을 보면서 ‘예술적으로 다 흡수하고 싶다’고 생각해요.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기본에 충실하며 약점을 보완하려고 노력해요. 퍼져 있기보단 움직이고요. 보드를 잘 타려면 상체 근력이 중요하거든요. 점프력을 올리려고 복근 운동을 엄청 해요.
스케이트보드가 근력 운동의 원동력인가요?
네, 저는 스케이트보드를 오래 타고 싶어요. 좋아하는 걸 더 잘 하기 위해, 오래 하기 위해서 운동해요. 안 다치려고 보드 탈 때 도움 되는 근육에 대해 틈틈이 공부해요.
스케이터들이 부상을 많이 겪나요?
엄청요. 현재 촬영 중인 프로젝트 인원 중에서도 몇몇있어요. 촬영 중에 어떤 친구가 부상을 당하거나 기존에 가지고 있던 증상이 심해지면 미안한 감정이 커져요. 해외 프로 선수는 부상을 당하면, 팀 닥터가 붙어서 단기간에 회복시키죠. 국내에서 활동하는 일반인들은 아무래도 한 번 다치면 거의 끝이에요.
‘부상’과 ‘도전’의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해요?
차선책을 찾아요. 보드탈 때 제일 위험한 행동이 높은 데서 뛰어내리는 거예요. 옛날 형님들 중 이 기술을 즐겨 하셨던 분들은 거의 신에서 사라지셨고, 유일하게 남은 형님 한 분은 늘 말해요. ‘절대 뛰어내리지 마’ (웃음)
스케이트보드를 언제 처음 탔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요. ‘토니 호크의 프로빙그라운드’라는 게임을 좋아했어요. 게임 전에 늘 실사 촬영된 프로모션 영상이 나왔어요. 게임은 안 하고 그 영상에 푹 빠졌죠. 그러다 게임 속이 아닌 현실에서 직접 타보고 싶어서 부모님에게 스케이트보드를 사달라고 졸랐어요. (웃음)
스케이트보드는 어떻게 배웠어요?
저의 모든 취미 스승님은 유튜브에 계세요. (웃음) 어릴 때부터 혼자 영상을 보면서 독학했어요. 춤도 농구도 다 유튜브로 배웠어요. 될 때까지 따라 했죠. 지금 만약 제가 고등학생이라면 틱톡으로 배웠을 거예요.
스케이트보드 탄지는 그럼 얼마나 된 건가요 10년이 넘었어요. 고인물이죠. (웃음)
스케이터를 넘어 필르머가 된 계기가 있나요?
원래 누군가에게 찍히는 걸 더 좋아했어요. 필르밍을 시작한 건 주위에 타다가 사라질 것 같은 친구들을 담아주고 싶어서 였죠. (웃음) 서로 재밌으려고 찍기 시작했는데 점점 진지해 졌어요. 2022년에 에무시네마에서 스케이트 클립 시사회《intersection!》을 열기도 했고요. ‘30대 전, 스케이트보드 신에 영상 한 편은 남긴다'라는 버킷 리스트를 이룬 셈이죠.
스케이트보드의 매력은 무엇인가요?저는 내향형 인간이거든요. 보드탈 때 엄청난 자유로움을 느껴요. 스트레스도 풀리고요. 연습하던 기술이 성공하면 짜릿하죠. 어쩌면 되게 무식하게 아드레날린을 올리고,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웃음)
내향형이라니 의외네요.스케이터 중 내향형이신 분들 되게 많아요. (웃음) 보드 탈 때 너무 편안하고, 행복하다고 하시죠 다들.
건강한 인간관계를 위해 꼭 지키는 것이 있나요?
‘솔직하게 표현하자’, ‘적은 만들지 말자’를 자주 떠올려요. 섣불리 다른 사람에게 화내서 좋을 것도, 상처를 줄 필요도 없어요. 상대방이 싫어하는 행동도 되도록 안 해요. 서로 행복했으면 좋겠거든요. ‘좋은 게 좋은 거지’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음… 좋은 게 좋은 게 아닐 때도 있잖아요.
그렇죠. ‘이건 아니다’ 싶어도 바로 터뜨리지는 않아요. 좀 묵혀뒀다가 적당한 시점에 솔직하게 말해요. 서로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거든요. 물론 의도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상처를 받을 수는 있겠죠. 어려워요.
‘부’에 대한 철학이 있나요.
무한도전에서 박명수가 “돈이 많은 친구가 좋아요? 정이 많은 친구가 좋아요?”라고 물으니까 정형돈이 “보통 돈 많은 친구들이 정이 많더라고요…"라 답했어요. 저도 이에 공감해요. 돈이 모든 걸 해결해 줄 수는 없죠. 하지만 돈이 부족하면 타인을 배려할 여유가 줄기 쉬운 것 같아요. 정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고, 그래서 부자가 되고 싶어요. 좋아하는 일을 해야 부도 따라온다고 믿어서 어릴 때부터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면 무작정 달려들었어요.
요즘 SNS에서 ‘월 천만 원 버는 방법’ 알려주는 분들 많잖아요. 이런 거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 ‘재밌는 걸 하자'라고 다짐해요. 돈 벌려고 재미없는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물론 시기에 따라 원하지 않는 선택을 해야 할 때도 있겠지만요. SNS에도 재미를 쫓다 보니 돈도 많이 벌었을 가능성이 높은 분들도 많다고 생각해요.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진 않아요.
국내 스케이터들은 어떤 형태로 돈을 버나요? 보통 다른 본업을 겸하고 계세요. 사실 생계를 유지하기엔 국내 신이 너무 작아요.
스케이터들이 안정적인 삶을 누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결국 신이 커져야 해요. 스케이터들도 메이저로 나가는 수밖에 없고요.
2016년에 ‘스케이트보딩’이 올림픽 공식 종목으로 채택됐잖아요. 스케이트보드를 ‘경쟁 스포츠’가 아닌 ‘자기표현 행위’로 여기는 거리 위 스케이터들이 체감하는 변화가 있나요?
10대 스케이터들과 거리에서 보드를 안타는 스케이터들이 늘었죠. 신이 크게 ‘스트릿 문화*’와 ‘스포츠’로 갈렸어요. 하지만 경계를 나누는 것은 큰 의미가 없지 않나요? 아무래도 ‘스트릿 문화’는 ‘악동' 이미지가 있잖아요. 마치 옛날 어르신들이 춤 추거나, 머리 염색하면 안 좋게 보셨던 것처럼요. 거리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탄다고 하면 ‘거리 다 부수고 다니는 거 아니야?’란 편견이 있는 것 같아요.
*스트릿 문화는 1950~60년대 미국의 흑백 간의 불평등 해결을 폭력이 아닌 다른 창조적인 것으로 해결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생성되었으며, 주로 흑인과 히스패닉인들의 자유의 갈망과 반사회적 성향의 정체성으로 형성되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2022)
왜 악동처럼 행동을 하나요?
‘스트릿 문화’가 미국에서 생겨났잖아요. 매스컴의 영향으로 안 좋은 방향으로 따라 하는 친구들이 있긴 해요. 반면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스케이트보드'를 매개로 새로운 세계를 즐기는 친구들도 많죠. 모두가 거리를 부수며 타지 않아요. (웃음) 그런데 생각해 보면 옛날엔 힙합 음악을 안 좋게 보는 분들도 많았잖아요. 어떤 문화든 성장통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요.
일부의 행동으로 인해 신 전체의 이미지가 굳어진 거네요. 스케이트보드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사람들의 편견도 있겠고요.
스케이터 중엔 선한 사람들이 더 많아요. 단지 스케이트보드를 사랑할 뿐이죠. 저와 유튜브 채널 ‘스케잇톡’에 출연했던 형님 중 한 분은 ‘플로깅plogging’이라고… 쓰레기 줍는 거 있잖아요. 그런 프로젝트도 하고요. (웃음)
최근에 좌절한 경험은 없나요? 시즌 아웃하는 친구들이 생길 때요. 일단 속상하고, 영상 기획이 다 틀어져서 큰 좌절감을 느껴요. 스케이터가 한 개의 기술을 성공시키기까지 엄청 긴 시간이 걸려요. 언제 포착될지 모르는 순간을 서로 기다려 줘야 좋은 필름을 만들 수 있어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세요? 흘려보내야죠.
그게 되세요?
그래서 부담돼요. 힘든 순간에는 ‘어떻게 하지’ 고민만 하기보다 ‘빨리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차선책이 뭘까'란 생각을 해요. Plan A, B, C... 괴롭지만 넘어가는 거죠. 계획이 틀어지면 너무 화나거든요. 촬영 나갔다가 공치고 들어오기 일쑤고요. 3~4일을 나갔는데 하나도 원하는 순간을 포착하지 못할 때 답답하죠. 날씨는 점점 추워지는데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가고.
작업물은 어디에 어떻게 아카이브하고 계세요? 비공개 클립들을 종종 파트로 만들어서 SNS에 올릴까 해요. 근데 사실 주변 스케이트보더들만 봐요. 유튜브 영상 10분짜리 만드는 데도 거의 1~2주 걸리는데 조회수는 형편없죠. 고독해요. (웃음) 올해 ‘롸카두들’ 소속 필르머로 활동하며 찍은 영상물과 사진들을 시사회 형태로 소개할 예정이에요. 작업하는 과정을 묵묵히 기다려주시는 타일러 사장님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무한한 자유 시간이 생기면 무엇을 하고 싶나요. 보드만 계속 타고 싶어요. 탈수 있는 곳 어디에서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