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의 감각을 짓는 일
『시급하지만 인기는 없는 문제』, 『패턴 랭귀지』에서 4회 / 떠오른 생각 3회
인간은 어떤 면에서 자연에 의하여 조금 더 완전할 수 있으며, 자신에게 조금 더 깊이 다가갈 수 있다. 한여름의 토요일, 하루 종일 밖에 있다가 지쳐버렸다. 일요일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집에 누워 있었다. 어지러운 기운은 더위 탓이기도 했지만, 몸이 먼저 말을 걸어온 것 같았다. 이따금 그런 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나를 돌보는 일이 되기도 한다. 꼭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감각을 되찾는 것, 그것도 자연에 닿는 방식일지 모른다.
그날의 나는 가방에 얇은 책을 넣어 나섰다. 사전 같은 볼륨의 패턴 랭귀지보다, 카페에 들고 갈 수 있을 만큼 작은 『시급하지만 인기는 없는 문제』를 골랐다. 거리의 카페에 앉아 쉬며 책을 펼친다. 커피 한 잔과 함께 읽는 글 속에는, 내가 미처 정리하지 못한 질문들이 깃들어 있다. 나는 그것들을 곱씹고, 천천히 내 언어로 바꾸어 본다.
건물의 주 출입구는 그 배치를 좌우한다. 출입구는 무의식적으로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이 말은 비단 건축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어떤 사람도, 어떤 생각도, 너무 분명하거나 너무 은밀하면 다가가기 어렵다. 우리는 각자의 공간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서로를 찾아내는 중이다. 그러한 위치가 나에게도 있을까, 생각해 본다. 뚜렷한 중심이 아니라, 흐름의 곁에서 열려 있는 문처럼.
구별의 기준이 암묵적이고 관행적인 세계에서, 우리는 쉽게 아마추어로 남는다. 하지만 이론이나 언어는 고정된 체계가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자율적인 체계라는 사실이 위안이 된다. 예술이론이 꼭 어려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삶의 이론 또한 반드시 정답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요즘 나는 ‘중간적 공간’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중앙도 변두리도 아닌 사이 어딘가. 너무 가까이 다가서지 않으면서도, 멀어지지 않는 거리. 그 어딘가에 나의 출입구가 놓여 있기를, 누군가 나를 무의식적으로 발견해주기를, 그렇게 다시 연결되기를 바란다.